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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줌치 공예 전문가 이은희씨(50)가 자신이 한지로 제작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김효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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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와 사랑에 빠진 사람이 있다. 줌치 공예 전문가 이은희씨(50)다. 오늘 그를 만나기 위해 오등동에 위치한 운지관을 찾았다.
# 줌치공예? 어떤 것일까?
닥나무 껍질을 벗기고 두드려서 부드럽게 한 후, 황촉규라는 닥풀을 섞어 종이를 뜬다. 이 종이를 다듬이 방망이로 반드럽게 하듯이, 손으로 직접 만진다. 이런 과정을 줌치기, 줌치라고 부른다. 줌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실크 느낌의 한지나 가죽같은 느낌이 한지가 탄생된다.
“우리의 한지는 부드럽고 따뜻하고 겸손해요”라고 그는 말한다. 줌치를 하다보면 종이는 마치 하늘의 구름처럼 보인다. 그래서 구름 雲, 종이 紙. 운지관이 된 것이다. 또 “ 새 생명이 탄생될 때 탯줄을 만지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라며 그 느낌을 전한다.
10여 년 전 줌치 공예의 선각자이신 김경 선생님의 시연을 보고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 후 자신을 수양하는 마음으로 한지를 만졌다. 작업을 할 수 있는 손과 마음에 감사하며 자연에도 감사해 하는 그. 마음 수양을 해서 그런지 누구보다 겸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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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시 오등동에 자리한 운지관.ⓒ김효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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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세계...한지로 갑옷까지 만든다?
줌치 과정이 끝나면 자연염료를 이용해 직접 염색을 한다. 담배쌈지, 안경집, 귀주머니, 심지어 옷까지 한지로 만들어진다.
처음에 눈에 띈 작품은 법의다. 이 작품은 95년도 작품으로 성철스님의 옷을 형상화 시킨 작품이다. 한지로 만들어 졌다는 게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옆에는 알록달록한 동그란 무늬가 새겨진 여자 한복이 보인다. 그가 직접 입어보기도 했다. 그는 “예전에 관람했던 사람이 한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는지, 손으로 찢어버렸어요” 하며 해프닝을 말한다. 실제 옷과 얼마나 비슷한지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벽에는 마치 커텐처럼 천이 걸려있다. 감으로 만든 작품인데, 만져보니 가죽 같다. 3년 전 일본 나고야 초목염색 비엔날레 출품작이다. 이 작품은 무려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바닥에는 어른들 한복 입을 때 지갑대신 허리에 차고 다녔던 귀주머니도 보인다. 이 작품은 실제로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정교하다.
전시실에 없었지만 3회 일본 나고야 초목염색 비엔날레 출품작 ‘탐라좀녀복’도 있다. 좀녀복은 물의 노동복이며 생을 마감할 때 입는 옷이기도 하다. 그는 제주의 전통을 세계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등, 벽지, 창호지 모두 그의 작품이다. 줌치 공예에 대한 열정이 곳곳에서 스며있다.
한지로 옷을 만든다. 신기하기만 하다. 심지어 갑옷까지 한지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한지를 겹겹이 붙이다 보니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해 화살도 뚫지 못한다는 것이다. 알면 알수록 새로운 줌치 공예다
# 나고야 세계국제박람회 초대…한지의 우수성 메신저
오는 3월25일부터 한 달간 나고야 국제 박람회에 참가하는 그. 그곳에서 워크샵, 줌치 공예 시연, 전시회 등을 갖는다.
한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당찬 그. 하지만 겸손하게 말한다. “소박한 마음으로 단지 바른 모습을 전하고 싶어요”.
스스로를 수양하는 마음,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이야말로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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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철 스님의 법의를 형상화 시킨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효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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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에 대한 열정… 삶을 일깨우는 맑은 정신
하루 일과는 작업에서 시작해 작업으로 끝난다. 작업하는 공간은 시아버지께서 지어주진 아호 학림(鶴林)을 따서 학림지방(鶴林之房)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맑은 정신으로 작업하고 정진하라는 의미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에도 울기 보다는 작업을 하면서 슬픔을 극복했다고 한다. 일이 마음을 수양시키고, 또한 그런 일을 사랑한다.
40년 이상 작업한 사람도 작업실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을 통해 감동하고, 작품에서 우러나는 깊이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보다 젊다. 젊은이들보다 더 열정적이다. 그런 열정이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킨다. 그 작품은 다시 우리에게 감동을 전해준다.
만남을 아쉽게 헤어지며, 나중에 시간이 되면 줌치 공예를 직접 배워보기로 했다. 그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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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0524@ijejutoda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