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이은희
 
작성일 : 14-07-27 20:33
[제주불교] 우리가족신행 이렇게 해요<전우배。이은희씨 가족>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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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도 부처님 도량입니다”

“온가족 굳건한 신심은 강직한 시아버지 영향”

전씨가족 ‘탐라무문’서 마음닦고 제주의 멋 알려
▶ 사진설명 :
지난 6일 전우배(57)·이은희(51) 씨 가족을 만나기 위해 제주시 오등동 소재의 ‘탐라무문(耽羅無門)’을 찾았다. ‘탐라무문’은 ‘한라산 정기와 혼이 직결된 장소로 들어오고 나가는 문이 없다’는 뜻으로, 이곳에는 민박시설과 식당, 다실, 전시관 등이 갖춰져 있다.

이곳을 부처님 도량으로 생각하는 전씨 가족은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감사함을 잊지 않는다. 이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에 대한 예의를 소중하게 여기는 시아버지의 영향이라고 이은희 씨는 말한다. 또한 전 씨 가족은 부부간, 자식간에 이야기를 할 때도 서로 존댓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 역시 시아버지의 영향이다. 또한 이씨의 시어버지는 바르고 진실되게 살라며 손수 적은 글귀를 모은 수첩을 전해주곤 한다고 했다. 이씨는 이 글귀 속에 담긴 가르침은 스님의 법문만큼 값지고 매우 귀중한 것이라 강조한다.

이씨 가족이 불교와 연을 깊게 맺게 된 데에도 시아버지의 영향이 매우 컸다. 부산 범어사와 원효암 등의 사찰을 두루 다니고, 8폭 병풍에 금강경 사경을 하고, 조석으로 예불을 드리며, 차를 달이고 식사를 할 때도 모든 사람의 땀과 공덕이 깃든 음식이라며 발우 공양하듯 밥 한 톨 남김이 없다는 이씨의 시아버지는 숨쉬는 매순간이 수행의 연속인 것 같았다. 그 속에서 거역할 수 없는 강한 힘과 고고한 성품을 느낄 수 있었다는 이씨는 시아버지의 기도는 바위도 뚫을 것이라며 시아버지의 신심의 깊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시아버지를 좇아 이씨는 물론, 남편 전씨와 아들 장오(29), 딸 민주(27)씨도 조석예불을 통해 발원과 참회정진을 하며 부처님전에 차공양을 올리고 사람들에게 인사할 때에도 마음을 한데 모아 합장하며 반배를 올리고 사람을 대할 때에도 하심의 자세에서 자신을 낮추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다.

‘탐라무문’은 1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다녀간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제주의 아름다움과 단아한 전통의 멋을 풍기는 곳이라고 알려져 예술가들과의 인연도 남다른 곳이다. 이곳의 현판과 서각은 제주 출신 불자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현판은 부산 범어사에서 새벽수행을 한다는 우담 오동수 문인화가, 서각은 해인사 지족암에 계셨던 일타스님 유발상좌인 김시남 전각가의 솜씨다. 이밖에도 ‘탐라무문’ 곳곳을 찬찬히 살펴보면, 불성(佛性)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이씨는 근처 월정사 새벽 범종소리를 들으며 도량석을 돈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검정 고무신을 신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흙 속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한지 줌치공예가이기도 한 이씨는 ‘줌치’ 작업 역시 수행이라고 말한다. 물을 이용해 한지의 섬유질을 골고루 퍼지게 하고 그 속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밀착시키고 주물러서 아주 강하게 만드는 ‘줌치’ 기법은 흐트러짐 없는 강한 집중력을 요하고 무엇보다 본인 자신이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108배, 1500배, 2000배, 2500배 등 절을 하며 업장을 소멸시켜 마음을 다스려 왔다는 이씨는 최근에는 몸이 좋지 않아 중단한 상태라고 했다.

이씨는 자식들이 어렸을 때 출가의 길을 권한 적이 있노라고 했다. 당시 부산 혜원정사 스님에게 감명을 받았던 장오씨가 태연하게 그러겠노라며 긍정의 답변을 했었다고 한다. 이씨는 장오씨가 또래처럼 옷차림 등의 겉치레에 신경을 쓰지 않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무소유의 삶을 산다고 말한다. 또한 딸 민주씨도 어느 날 갑자기 절을 하고 싶다며 절방석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발심이 났을 때 행해야 신심이 돈독해 진다는 생각에 얼른 방석을 만들어 보내줬다고 했다.

바쁜 생활에서도 제자리에서 향을 살라 내가 앉은 이 곳이 부처님 계시는 법당이요, 도량이라 여기는 이씨 가족. 처처에 청정한 기운이 감도는 이곳이야 말로 아미타불이 머물고 있는 극락세계가 아닌가 싶다.
2005-07-10 오후 11:02:59
김현정 기자